복도에서 더 빨라지는 것

복도에서 더 빨라지는 것

급식 데일리
5월 21일 - 조회수 37 - 추천 0

분명 1층에서 4층까지 올라가는 길은 똑같은데, 어떤 날은 금방 도착하고 어떤 날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계단이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다. 그냥 그날의 마음이 길을 바꿔 놓는 경우가 많다.

친구랑 웃으면서 올라갈 때는 발걸음이 가볍다. 반대로 급하게 뛰어가거나, 방금 전까지 속상한 일이 있었으면 같은 복도도 이상하게 멀어진다. 학교의 거리감은 지도보다 기분에 더 잘 흔들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왜 같은 길이 다르게 느껴질까

사람은 길을 눈으로만 재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동하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수업 전에 걱정이 많거나, 제출할 숙제가 떠오르거나, 친구에게 할 말을 고르고 있으면 이미 몸은 걷고 있어도 마음은 제자리에 남아 있다.

반대로 집중할 대상이 있으면 시간이 빨라진다. 친구의 말에 대답하느라 바쁘거나, 다음 시간에 뭐가 있을지 기대하거나, 얼른 급식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길은 짧아진다. 결국 시간은 시계보다 관심이 어디에 붙어 있느냐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복도에서 오래 걸리는 날의 공통점

마음이 조금 복잡할 때

가기 싫은 곳으로 이동할 때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을 되감고 있을 때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압박이 클 때

이 네 가지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다. 피곤함이 만든 느림도 있고, 긴장이 만든 느림도 있고, 기대가 줄인 속도도 있다. 같은 발걸음인데도 체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끔은 길이 긴 게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마음이 오래 머무는 거다.

이걸 알고 나면 학교생활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쉬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때도, 발표하러 나가는 복도가 유난히 멀게 느껴질 때도, 그건 꼭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냥 오늘의 마음이 현재 위치를 천천히 읽고 있는 중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일부러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게 도움이 된다. 발을 빨리 옮기는 것보다, 머릿속이 어디에 멈춰 있는지 알아차리는 게 먼저일 때가 있다. 복도는 늘 같은데, 사람마다 다르게 지나간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꽤 크다.

다음에 학교에서 유독 길게 느껴지는 구간이 생기면, 그건 길이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조금 복잡하다는 신호인지 한번 떠올려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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