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열 분간 어두워진다
오늘 밤 9시, 서울 광화문과 롯데월드타워, 부산 광안대교를 비롯한 전국의 불빛 일부가 동시에 꺼진다. 정전이 아니다. 제23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오후 9시부터 10분간 진행되는 소등 행사다.
방 불 하나 끈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솔직히 10분만 놓고 보면 엄청난 변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행사의 핵심은 절약한 전기의 양보다, 평소 보이지 않던 전기 사용을 한꺼번에 눈앞에 꺼내놓는 데 있다.
왜 하필 8월 22일일까
출발점은 2003년 8월 22일이다. 당시 국내 전력 소비가 47.4기가와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를 계기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알리는 날이 만들어졌다. 올해로 23번째를 맞는다.
여름 오후에는 공장과 건물, 가정에서 냉방기기가 함께 돌아간다. 전기는 필요한 순간에 공급과 소비가 계속 맞아야 하므로,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 자체가 부담이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는 ‘얼마나 쓰느냐’뿐 아니라 언제 몰아서 쓰느냐와도 연결된다.
열 분이 실제로 바꾸는 것
전국 소등은 일종의 거대한 알림이다. 수많은 건물과 사람이 같은 시간에 스위치를 내리면, 늘 밝아서 의식하지 못했던 조명도 전기를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절약은 어둠을 참는 일이 아니라, 켜져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을 찾아내는 일에 가깝다.
책상 주변만 봐도 그렇다. 다 쓴 충전기가 꽂혀 있고, 게임기와 스피커는 대기 상태이며, 공유기의 불빛은 밤새 깜빡인다. 전자제품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대기 상태에서도 전력을 소비할 수 있어 관련 저감 제도와 표시도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집 안 플러그를 무조건 전부 뽑을 필요는 없다. 냉장고나 공유기처럼 계속 작동해야 하는 기기가 있고, 예약 기능이나 업데이트가 멈추는 제품도 있다. 자주 쓰는 것과 습관 때문에 켜둔 것을 구별하는 게 먼저다.
불을 끈 뒤에 보이는 것
오늘 밤 소등에 참여한다면 휴대전화 손전등부터 켜지 말고 잠깐 기다려보자. 눈이 어둠에 익는 동안 방 안에서 계속 빛나는 작은 LED를 찾아보는 것이다.
오늘 쓰지 않을 충전기와 멀티탭은 꺼도 되는가
화면 자동 꺼짐 시간이 지나치게 길지는 않은가
아무도 없는 방의 조명이 켜져 있지는 않은가
폭염 속 냉방은 안전과 건강에 필요한 전기다. 그걸 죄책감으로 줄이자는 이야기는 별로다. 대신 사용하지 않는 화면과 조명처럼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도 줄일 수 있는 전기부터 찾는 편이 오래간다.
밤 9시의 열 분이 지나면 도시는 다시 밝아진다. 다만 이전과 똑같이 켤지, 하나쯤은 꺼둔 채로 둘지는 우리 쪽에서 정할 수 있다.
출처: 에너지의 날 소등 안내 · 한국에너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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