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교과서를 만드는 게 아니다
AI에게 문제를 풀어 달라고 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그런데 그 답을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닫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상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가 있다.
지난 8월 27일 교육부는 교원과 연구회가 주도해 AI 교과 교육자료와 인정교과서를 만든다는 방향을 알렸다. 제목만 보면 “이제 AI가 교과서를 쓰나?” 싶지만,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AI를 학교에 들이는 일에서 사람이 맡을 자리를 더 분명히 하겠다는 이야기다.
답을 잘 내는 것과 배우는 것은 다르다
AI는 요약도 해 주고, 영어 문장도 고쳐 주고, 발표 대본의 초안도 빠르게 만든다. 막힌 숙제를 다시 시작하게 해 주는 도구라는 점에서는 꽤 쓸모가 있다.
하지만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제출하면, 결과물은 그럴듯해도 내가 어디에서 헷갈렸는지 사라진다. 틀린 답보다 더 아쉬운 건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가 빈칸으로 남는 것이다. 선생님도 학생도 그 빈칸을 보면 다음에 뭘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다.
AI를 잘 썼다는 건 가장 멋진 답을 받아냈다는 뜻이 아니라, 내 생각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했다는 뜻에 더 가깝다.
교과서가 바뀐다는 말의 진짜 무게
교과서는 단순히 정보를 묶은 책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먼저 던질지, 무엇을 비교하게 할지, 정답 뒤에 어떤 토론을 붙일지까지 정하는 수업의 지도다.
그래서 AI 관련 자료를 교원이 직접 만들고 다듬는다는 소식은 꽤 괜찮은 변화다. 기술 회사가 만든 기능을 교실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대신, 과목의 목표와 학생의 수준에 맞춰 “여기서는 AI에게 묻고, 여기서는 네가 먼저 써 봐야 한다”는 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름만 AI이고, 화면으로 문제를 더 많이 풀게 하는 자료가 된다면 별로다. 태블릿이 칠판을 대신했다고 수업이 자동으로 재미있어지진 않는다. AI 수업의 기준은 신기한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학생이 전보다 더 좋은 질문을 하게 됐는지여야 한다.
이번 학기에 써먹을 작은 기준
AI를 쓰기 전, 딱 한 줄만 먼저 적어 보자. 내가 지금 아는 것 / 막힌 지점. 예를 들어 “이 문단의 핵심은 환경오염인데, 마지막 문장의 뜻이 연결되지 않는다”처럼 말이다.
처음부터 답안을 달라고 하기보다, 내가 쓴 답의 약한 부분을 찾아 달라고 묻기
AI가 준 정보는 교과서나 믿을 만한 자료와 한 번 더 대조하기
수행평가에는 AI가 도와준 부분과 내가 고친 이유를 메모해 두기
이렇게 하면 AI는 내 생각을 대신하는 복사기가 아니라, 생각을 밀어 보는 연습 상대가 된다. 다음 주 교실에서 AI 이야기가 나오면 “써도 돼요?”보다 “어디까지 쓰면 내 공부가 남을까?”를 먼저 물어보자. 그 질문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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