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해의 날이다
아침에 학교 알림을 열었는데 분명 읽었는데도, 나중에 “그래서 뭘 언제까지 내라는 거지?” 하고 다시 본 적 있을 것이다. 긴 글이라서가 아니다. 우리 눈은 이미 너무 많은 문장을 통과하며 살고 있어서,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자주 따로 논다.
9월 8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문해의 날이다. 문해력이라고 하면 어려운 책을 술술 읽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학교에서 더 자주 필요한 문해력은 조금 다르다.
문제의 조건 하나를 놓치지 않는 것, 친구의 짧은 답장에 없는 뜻을 멋대로 만들지 않는 것, AI가 그럴듯하게 쓴 설명에서 근거가 비어 있는 부분을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읽었다고 해서 다 읽은 건 아니다
“다음 주까지 자유 형식으로 제출”이라는 안내를 보자. 여기에는 과목명이 생략됐을 수도 있고, 파일 형식이 빠졌을 수도 있고, ‘다음 주’가 월요일인지 금요일인지 애매할 수도 있다. 이런 문장을 보고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해서 못 읽는 게 아니다. 애매한 곳에서 한 번 멈추는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다.
시험 지문도 같다. 아는 단어가 많아도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 “윗글을 바탕으로 할 때”, “반드시” 같은 말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답은 멀어진다. 어려운 단어보다 작은 조건어가 더 무서울 때가 많다.
문해력은 많이 읽은 자랑이 아니라, 중요한 말을 놓치지 않는 습관에 가깝다.
AI 시대에는 ‘그럴듯함’도 읽어야 한다
누군가가 정리해 준 자료, 짧은 영상의 자막, AI가 써 준 수행평가 초안은 매끈해서 믿기 쉽다. 그런데 문장이 자연스럽다는 것과 내용이 맞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특히 숫자, 날짜, 기관 이름, 인용문이 나오면 한 번 더 봐야 한다. 출처가 없는데도 너무 자신 있게 말하는 문장은, 가끔 가장 늦게 의심받는다.
이때 필요한 건 검색창을 열기 전의 작은 질문이다. 이 말은 누가 했지? 언제의 정보지? 반대되는 경우는 없나? 이 세 문장만 떠올려도 인터넷에서 덜 휘둘린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말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오늘 한 문장만 천천히 읽어보자
오늘 받는 공지 하나, 문제 하나, 단톡방의 긴 메시지 하나를 골라 보자. 읽은 뒤 바로 넘기지 말고 ‘해야 할 일’, ‘기한’, ‘빠진 정보’를 속으로 나눠 보면 된다. 빈칸이 보이면 묻는 쪽이 낫다. 괜히 질문했다는 눈치보다, 잘못 알아들은 뒤 혼자 급해지는 일이 훨씬 피곤하다.
글자는 매일 넘친다. 그래서 앞으로는 빨리 읽는 사람보다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단단해질지도 모른다.
출처: 유네스코 세계 문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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