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를 줄여야 수업이 남는다

필기를 줄여야 수업이 남는다

급식 데일리
1시간 전 - 조회수 0 - 추천 0

화요일쯤 되면 공책은 벌써 몇 장 넘겼는데, 지난주에 뭘 배웠는지는 흐릿할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했는데도 말이다.

이럴 때 “집중력이 부족한가?”부터 의심하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집중력이 아니라 필기를 받아쓰기로 쓰고 있는 방식일 수도 있다. 공책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과 수업이 머리에 남는 것은 생각보다 다른 일이다.

Q. 필기를 많이 하면 당연히 더 잘 기억하는 것 아닌가요?

적어도 시험 직전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내가 쓴 글자가 많으니 공부한 양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선생님 말과 화면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으면, 손은 바쁘지만 머리는 내용을 고를 틈이 없다.

수업에서 진짜 해야 할 일은 모든 문장을 보관하는 게 아니라, “이 내용에서 시험이나 다음 설명으로 이어질 뼈대가 뭘까?”를 찾는 것이다. 한 줄을 놓쳤다고 수업 전체를 놓치는 건 아니다. 중요한 연결을 놓칠 때가 더 아깝다.

Q. 그럼 대체 뭘 적어야 하죠?

처음부터 예쁘게 정리하려 하지 말고, 딱 세 종류만 잡아도 충분하다.

반복된 말: 선생님이 두 번 이상 강조한 문장이나 단어

연결 표시: “그래서”, “반대로”, “이 때문에”처럼 이유와 결과가 이어지는 부분

내 질문: 알아들은 척 넘어가면 나중에 더 헷갈릴 문장 옆의 물음표

예를 들어 사회 시간에 개념 세 개가 나왔다면, 정의를 전부 옮기는 대신 개념마다 “왜 나왔지?”를 한 단어로 적어보는 식이다. 과학이라면 공식 아래에 언제 쓰는지를 적는 편이 숫자만 적는 것보다 오래 간다.

Q. 그래도 안 적으면 불안해요

그 불안은 꽤 현실적이다. 특히 판서가 빠르거나, 나중에 친구에게 공책을 빌려주고 빌릴 일이 잦다면 더 그렇다. 그래서 무조건 필기를 줄이라는 말은 좀 무책임하다.

대신 수업 중에는 뼈대만, 수업 뒤 2분에는 빈칸만 채워보자. 종 치기 전이나 다음 교시 쉬는 시간에 공책을 훑으며 “왜?”, “예시”, “헷갈림”이라고만 덧붙여도 된다. 그 2분이 수업 내용을 내 머릿속 언어로 한 번 바꾸는 시간이다.

잘 쓴 필기는 정보가 많은 공책이 아니라, 다시 봤을 때 내가 생각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공책이다.

오늘 수업 하나만 골라서 해보면 된다. 평소보다 두 줄 덜 적는 대신, 그 옆에 질문 하나를 남겨보자. 공책이 조금 비어 보여도 괜찮다. 그 빈칸이 나중에 생각이 들어올 자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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